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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클라이밍

한국의 벽

울산 문수산 병풍바위

봄 바람 햇살 그리고 클라이밍

 

· 민은주 기자  사진 · 주민욱 기자

 

 

남촌서 남풍 불면 클라이머들은 신난다. 동면하던 장비들을 깨우고 모처럼 주말 일기예보를 확인하면서 떠올리는 지명도 대개 비슷하다. 초봄 귀한 햇볕이 오래 머물고, 바람에 쉽게 다치지 않는 안온하고 양지바른 암장, 개중에서도 경상남도 끝자락 문수산 허리를 휘감고 펼쳐진 병풍바위는 짤막한 어프로치와 목가적인 풍경, 독특한 암질의 다양한 루트까지 갖춰 삼라만상이 깨어나는 봄날 첫 암벽등반지로 안성맞춤이다. 산 너머 남촌에는 클라이머들이 살고, 해마다 남풍은 문수산에서 분다.

 

겨울에도 따뜻한 경상도 클라이머들의 집합소

“앵커는 저 우가?”

“내 빌레이 좀 봐도.”

“이기 뭐꼬, 와 이리 어렵노.”

“단디해라. 단디.”

바윗길이 ‘천지삐까리’다. 아무리 번잡해도 로프 한 동 깔 여유는 있고 한겨울에도 해만 비치면 반팔 등반이 가능한 문수산 병풍바위는 경상도 클라이머들이 김지이지 모여드는 대청마루 같은 곳이다. 열여덟 개 섹터에 루트 수는 자그마치 백 사십 여 개, 너렁청한 암장 여기저기서 부산, 울산, 대구, 각종 경상도 사투리가 리드미컬하게 울려 퍼진다.

“비전 울산 완등한지 십 년은 됐어요.” “나도 한 십 년 넘었지.” “전 거의 이십 년 됐을걸요.” 김원률 울산 라온클라이밍 센터장, 조현봉 대구 점프클라이밍 대곡점 센터장, 대구 출신 권기윤 루트세터가 병풍바위 통틀어 최고난이도 루트인 ‘비전 울산(5.13b)’을 앞에 두고 추억의 책갈피를 더듬는다. “오늘 해봐. 아직도 되는지 한번 보자.” 부산에서 더비치클라이밍센터를 운영하다 지금은 속초 설악동에 터를 잡은 김경미씨가 재등을 부추긴다. “문수산 오는 길도 엄청 많이 변했어요.” 한때는 뒷마당처럼 익숙했던 병풍바위를 상당히 오랜만에 다시 찾은 경상도의 클라이밍 고수들, 덕분에 취재팀은 5.12급 이상의 고난이도 루트들이 주로 모여 있는 은하수암장 우벽 앞에 자리를 폈다.

“뭐해? 금세 해 떨어진다. 빨리 빨리 붙어.” 이들을 불러 모은 것은 김성진(이벌브코리아)씨, 자타공인 클라이밍 중독자인 그는 취재팀 중 유일하게 병풍바위가 처음이다.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그의 등반속도에 휘말려 다른 이들도 ‘커피 한 잔 끼리마실 시간도 없이’ 하네스를 차고 등반에 돌입한다.

병풍바위는 구멍과 주름이 많은 편마암으로 페이스클라이밍에 유리한 조건이다. 91볼더의 추고세마티(5.10c)와 따라하지마(5.10b)는 난이도에 비해 대담한 루트파인딩 능력을 요하는 루트들로 몸풀기에 적합하다. 동악볼더의 ‘장산에혼(5.11a)’, ‘천사의 날개(5.11b)’는 직상 페이스 크럭스가 까다롭고 좌우 다른 루트의 홀드들을 사용하면 난이도가 퍽 낮아진다. 은하수암장 우벽에는 ‘맹구(5.12c)’, ‘무룡(5.12a)’, ‘한우리(5.12a)’ 등 시원시원한 오버행 루트들이 개척돼 있고, 레이백 동작과 페이스가 혼합된 ‘블랙홀(5.12a)’도 인기가 많은 루트다.

91볼더 동쪽 오버행에는 ‘비전 울산(5.13b)’, ‘이판사판(5.12a)’, ‘칠전팔기(5.12a)’, ‘천상천하(5.12b/c)’ 등 고난이도 루트들 여럿이 교차한다. 병풍바위에서 가장 어려운 루트인 ‘비전 울산(5.13b)’을 등반한 김원률 센터장과 김성진씨가 “사선등반에 길이가 길고 동작도 까다로운 루트지만 아주 재미있다”면서 적극 추천한다.

“태원이형 동판을 여다 했네. 내랑 루트세터 동긴데.” ‘무룡(5.12a)’ 앞에서 로프 매듭을 묶던 권기윤씨가 우측 ‘한우리(5.12a)’ 스타트 지점에 ‘전태원님을 그리며- 대산련울산광역시연맹 ?우리산악회’라고 새겨진 추모동판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범울산클라이머들이 단합해서 개척한 병풍바위에는 그 역사만큼 추모할 이름들과 새겨진 추억도 많다.

 

18개 섹터, 140여 개의 루트 자랑하는 대형암장

문수산에서 가장 오래된 섹터는 상단 최우측에 위치한 기존암장이다. 1968년 이곳에 ‘기존A’ 루트가 개척되고 1974년 ‘기존B, C’, ‘직등코스’, ‘횡단코스’ 등이 더해지면서 병풍바위 암벽등반의 역사가 시작됐다. 이후 1989년 히말라야 디란피크(7,266m)에서 고인이 된 울산산악회 하상원, 이수희씨의 추모비 제막식을 계기로 현지 클라이머들에게 재발견됐고, 현대공고OB산악회의 개척을 시작으로 그해 가을 다양한 단위산악회 회원들이 ‘울산클라이머스연합’이라는 단체를 만들면서 국내를 대표할만한 스포츠클라이밍 암장으로 발전해나갔다. 당시 초기개척에 참여했던 울산의 클라이머 대부분은 인근 공업단지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이었다. 귀한 휴일마다 문수산을 찾아 이끼와 덩굴로 덮인 황무지를 개척해낸 그들이 있어 경남 동부 클라이머들은 병풍바위라는 손꼽히게 멋진 암장을 갖게 된 것이다.

병풍바위 개척사는 현지 클라이머들의 등반수준과 그 궤를 같이 한다. 1차로 개척된 오뚜기, 현중, 촛대볼더, 천서하이암, 크레센도, 현공OB, 거북이암 외돌개 암장 등은 비교적 쉬운 5.9부터 5.11급까지 루트들이 주를 이뤘고, 2차 개척지인 동악볼더, 91볼더에는 1차보다 어려운 5.11후반에서 5.12급 루트들이 밀집됐다. 1999년부터 개척이 시작된 은하수암장에는 병풍바위에서 가장 많은 총 21개 루트가 있으며 5.12급 문제가 많아 상급자들에게 인기가 높고, 원종민(울산클라이머스연합)씨가 91볼더에 개척한 ‘비전 울산(5.13b)’은 병풍바위 최고난이도 루트로 많은 이들의 도전을 받고 있다. 이처럼 문수암 병풍바위 개척은 울산 클라이머들의 등반력을 향상시키는 계기가 됐고, 단위산악회들이 친목과 연대를 강화했으며, 지역사회의 클라이밍 저변을 확대시키는 발판이 됐다.

현재 문수산 병풍바위에는 18개의 크고 작은 암장이 개척돼 있지만, 사람 손을 꾸준히 타는 바위는 한정적이며 은하수암장과 현공OB암장에 가장 많은 인원이 몰린다. 상단에는 기존암장과 토끼볼더, 거북이암장, 현공OB암장, 하단에서는 은하수암장, 91볼더, 동악볼더, 패밀리볼더 등에 등반 흔적이 선명하다. 상단 중앙에 있는 암장들은 등반 안 한지 오래돼서 좀 위험할 수 있다고 로컬클라이머들이 귀띔한다.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루트가 다양하고 겨울등반도 가능한 것이 최고 장점이죠.” 경상도 지역에서 암벽등반으로 잔뼈가 굵은 이들이 문수산 병풍바위의 추억을 더듬는다. “예전엔 여기서 자연암벽대회도 열렸어요.” “맞다. 두 번 정도 개최했었다. 그게 한 이십 년 됐지?”  정확한 연도를 긴가민가하던 이들은 토박이 선배들에게 전화찬스를 쓰더니 “97년도에 첫 대회가 있었다”고 알려준다.

격의 없이 함께 등반을 즐기는 이들은 “오다가다 운명적으로 만난 사람들”, “질기고 고마운 오랜 인연”이라 서로를 칭한다. 지역 클라이밍 사회가 얼마나 두껍고 튼튼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 친밀한 연대의 중심에는 분명 품이 너르고 햇살 따사로운 문수산 병풍바위가 있다.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저 바위 저 빛깔은 저리 고울까? 올해도 클라이머들의 봄바람은 남으로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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