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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백패킹

 

인천 승봉도

봉황새의 머리를 닮은 섬

 

천에서 배를 타고 두 시간 남짓, 승봉도(昇鳳島)는 주변의 이작도와 자월도와 더불어 많은 관광객이 찾는 섬입니다. 섬 일주도로가 아름답고, 피톤치드가 풍부한 삼림욕장이 있어 ‘치유의 섬’이라 불립니다. 수도권에서 가깝고, 배편도 편리한 데다 민박과 캠핑 여건도 좋습니다. 과연 도시 생활의 찌든 때를 잘 씻어 내어 마음의 치유를 선사할까, 기대를 품고 여행을 떠났습니다.

글 사진 · 김석우 양구 주재기자

 

승봉도는 인천광역시 옹진군 자월면 승봉리에 있는 섬으로 인천항에서 남서쪽으로 42km 떨어져 있습니다. 면적 2.22㎢, 해안선 길이 9.5km, 산 높이 93m로 그리 크지 않고, 북쪽으로 자월도, 서쪽으로는 대이작도를 마주합니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배를 타고 가는 수도권 서해안의 섬 중 제일가는 관광지인 덕적도(德積島) 남동쪽으로 14km 해상에 있습니다.

 

태풍급 폭풍우가 온다지만

‘이름의 유래를 보면 370여 년 전에 신씨와 황씨라는 두 어부가 고기잡이를 하다가 풍랑을 만나 이곳에 정착하면서 농경지를 개척했다고 하여 이들의 성을 따서 처음에는 신황도라고 하였는데, 그 후 이곳의 지형이 봉황새의 머리를 닮아 지금의 명칭으로 변경했다고 한다. 섬의 입도 시기는 신석기시대 후반부터 사람들이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며,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승황도(承黃島)로 기록되어 있다.’ (<한국의 섬>, 이재언)

서울에 사는 임재혁 씨는 외국 유명 IT 기업에 다닙니다. 모든 직장 생활이 그렇지만, IT 기업에 다니시는 분들은 상대적으로 자연에 대한 동경이 더 강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임재혁 씨도 틈만 나면 자연 속으로 뛰어듭니다. 평일, 회사를 퇴근해서 집으로 가지 않고 산에서 자고 회사로 출근하는 퇴근박 뿐만 아니라 섬 여행과 캠핑을 즐깁니다. 이번 섬 백패킹은 섬 선정부터 모든 일정과 계획을 임재혁 씨께 맡겼습니다. 임재혁 씨의 선택은 승봉도였습니다.

승봉도 가는 배편은 인천 연안여객터미널과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이 있습니다. 우린 인천에서 가기로 했습니다. 사는 곳에서 가깝기도 하지만 경제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현재 옹진군에서는 ‘옹진섬 나들이 지원 사업’을 합니다. 옹진군에 위치한 섬을 가는 배 운임을, 인천 시민의 경우 80%, 타 도시민의 경우 50%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물론, 인터넷 예매의 경우만 해당이 됩니다. 잘 이용하시면 저렴하게 배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승봉도에 들어간 다음날 태풍에 버금가는 역대급 폭풍우가 예고되었습니다. 하지만, 직장에 휴가를 내고 가는 것이기에, 포기하지 않고 섬으로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텐트에 떨어지는 빗소리의 매력을 아는 사람이라면 놓칠 수 없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하물며 바닷가이자, 섬입니다. 좋은 경험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오후 3시, 인천 연안여객터미널에서 만난 임재혁 씨의 얼굴이 많이 어둡습니다. 날씨 때문에 걱정이 큰 아내의 반대가 못내 마음에 걸렸나 봅니다. 모른 척, 인천항에서 산 커피와 빵으로 늦은 점심을 대신합니다. 우리가 타고 가는 코리아스타는 쾌속선입니다. 빠르게 가는 건 편리하지만, 운항 중에 밖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배의 속도를 느낄 수 있는 바람도 만끽하지 못하고, 경치를 유리창을 통해 봐야 하는 쾌속선은 많이 낯섭니다. 조금은 느리더라도, 바닷길을 느낄 수 있는 차도선이 더 정감이 갑니다.

 

갠 하늘 보며 섬 일주

쾌속선답게 배는 승봉도에 금방 도착합니다. 몇 안 되는 손님들은 썰물처럼 민박집 차를 타고 금세 없어집니다. 우리는 2박 3일을 보낼 숙소로 이일레해수욕장을 정했습니다. 선착장에서 2km 정도 떨어진 이일레해수욕장은 걸어서 가기도 좋고, 화장실, 샤워장, 개수대, 그늘막이 잘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늘막 뒤, 해송 숲은 텐트를 치기에 참 좋습니다. 동네 분들께서 깨끗하게 관리도 잘 하고 계십니다. 화장실에 비치된 휴지는 감동이었습니다. 5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는 텐트 한 동당 1박에 1만 원을 받습니다. 아깝지 않은 돈입니다. 게다가 이 돈은 승봉리에 거주하는 어려운 이웃과 환경조성비로 사용이 된다고 합니다.

해수욕장 주변에 도착할 즈음부터,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해송 숲 주변, 아늑한 곳에 자리를 잡습니다. 태풍급의 바람이 분다는 예보에 이미 겁을 잔뜩 집어먹은 까닭에, 신중하게 잘 곳을 골랐습니다. 재빨리 텐트를 친 후, 이른 저녁을 준비합니다. 인천의 마트에서 산 2박 3일의 음식은 간단히 데워서 먹거나, 물을 데워서 먹는 인스턴트 간편식입니다. 저녁을 먹는 도중 비가 거세집니다. 텐트 안으로 자리를 옮겨 먹습니다. 작은 텐트 안에서 밥을 먹다 보니, 예전에 다녔던 장기 산행이 많이 생각납니다. 좁은 텐트 안에 모여서 밥을 먹는 것은 여러모로 중요한 경험입니다. 식사를 마치고 9시 즈음하여 각자의 텐트로 돌아가 잠을 청합니다. 비와 바람이 거세질수록, 자연이 만든 교향악을 즐기며, 승봉도에서의 첫날밤을 보냅니다.

밤새 텐트를 때리고 흔들던 비와 바람은 아침이 되어도 거세지다 약해지다를 반복합니다. 다시 텐트 안에 모여 간편식으로 아침을 먹습니다. 뜨끈한 국물로 몸을 따뜻하게 합니다. 아침을 먹고 나니, 하늘이 밝아지면서 비가 그칩니다. 태풍에 버금가는 역대급 폭풍우가 온다던 날에 하늘은 파랗게 열리기 시작합니다. 다행입니다. 승봉도 일주 트레킹을 준비합니다.

이일레해수욕장을 걸어 40년 이상 되었다는 곰솔 숲을 지나쳐 해안 산책 도로로 올라갑니다. 울창한 산림이 감탄을 자아냅니다. 비를 한껏 머금은 숲은 수분과 향기를 뿜어냅니다. 기분도 좋아지고, 다리에 힘이 들어갑니다. 조금 걸었을 뿐인데, 부두치 해변이 나옵니다. 이곳에서부턴 데크로 이루어진 산책로가 이어집니다. 데크를 선호하는 캠퍼도 많지만, 야영을 금지한다는 플래카드가 곳곳에 붙어 있습니다. 승봉도는 크지 않습니다. 3~4시간이면 섬 전체를 돌 수 있으니, 허가된 공간에서 캠핑을 하고도 얼마든지 아름다운 경치를 즐길 수 있습니다.

 

신황정 똥바람

부두치 해변의 끝 부분에는 걸어서 건너갈 수 있는, 목섬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경치에 임재혁 씨는 모래사장에 눕습니다. 조개껍질과 돌들도 던져보며 한참을 해변에서 놉니다. 해안 산책로 데크는 곳곳에 해변으로 내려갈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해변의 끝을 돌면, 자그마한 언덕을 올라 신황정에 이릅니다. 신황정은 승봉도에 정착하게 된 어부 신씨와 황씨가 냉수 한 사발 떠 놓고, 자식 하나 점지해 달라고 기도하였던 곳이라 합니다. 자그마한 산이라 할 수도 있는 곳인데 이곳에 오르니, 바람이 어마어마합니다. 일기 예보가 빗나가긴 했어도 바람은 무척 거셉니다. 하지만 탁 트인 경치에 바람을 맞으니 마음이 시원해집니다. 신황정의 바람 속에서 임재혁 씨는 걱정을 많이 한 아내에게 영상 통화를 합니다. 바람에 휘날리는 머리와 임재혁 씨의 후련한 표정을 보고, 아내의 마음도 좀 풀렸나 봅니다. 과연 승봉도는 치유의 섬답습니다. 신황정을 내려와 섬의 반대편을 돌아봅니다. 승봉도는 표지판도 잘 되어있고, 길 위에도 안내가 잘 되어 있습니다. 촛대바위 주변은 촛대 같은 바위가 여럿 서 있습니다. 진짜 촛대바위는 조성된 데크를 따라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야 합니다. 발품을 조금만 팔면 더 멋진 경치를 볼 수 있습니다.

지난밤의 비 때문인지 승봉도의 곳곳에는 찔레꽃, 인동(금은화), 해당화, 사철 채송화 등이 각각의 향기를 뽐내며 만개했습니다. 빗물을 머금은 꽃잎들은 색깔이 더 진하고 싱싱합니다. 자그마한 섬이지만, 논이며 밭도 많습니다. 다음 달이면, 감자며 완두콩들도 꽃을 피울 겁니다. 꽃들만큼이나 아기자기한 바위들이 많습니다. 남대문 바위는 못 보고 지나치고, 부채바위를 가봅니다. 앞에서 보면 넓적한 그저 그런 바위지만, 옆으로 돌아가 보면 납작하니 영락없이 부채 같습니다. 가시게 되면 발품을 팔아 돌아보십시오. 앞과 옆을 비교해보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물이 차면 물 위에 둥실 떠 있는 부채바위는 맑은 날 햇빛과 부딪히면 마치 황금부채처럼 빛이 난다고 합니다. 그래서 옛날 어느 선비가 부채바위 주위를 거닐다가 문득 떠오르는 시를 적어 두었는데, 마침 과거 시험을 보러 가서 그 시를 적어 내었더니 장원급제를 하였다고 전해집니다. 그 후로 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이 부채바위에 와서 자신도 좋은 성적으로 입신양명하게 소원을 빌었다고 합니다.

 이야기와 소원의 섬

승봉도의 곳곳에는 다양한 전설과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그 이야기를 사실로 보기는 힘들겠지만, 그 이야기를 만들어 전함으로써 사실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흔히 얘기하는 스토리텔링이 생기는 것입니다. 신황정이든 촛대바위든, 부채바위든 그곳에 마음을 쏟아 소원을 빌면 이루어지리라 믿습니다.

승봉도 옆 대이작도로 지는 해를 감상하고 우리의 텐트로 돌아옵니다. 완전히 맑아진 하늘은 많은 별들을 선사합니다. 집으로 돌아갈 땐 쾌속선 말고 차도선을 타기로 합니다. 비좁은 좌석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고, 누워서 갈 수도 있고 답답하면 밖으로 나가 바다를 볼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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