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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dge Climbing

 

도드람산 돼지리지

탁 트인 하늘에 도드라진 바윗길

 

참으로 도드라졌다. 남북으로 뻗은 낮은 산줄기에 기암괴석의 봉우리들이 공룡 등짝의

가시처럼 솟구쳐 있다. 일명 저명산(猪鳴山)으로도 불리는 도드람산이다.

산머루산다래 산악회에서 2016년에 이 산에 바윗길을 냈다. 그 이름도 독특한 돼지리지다.

글 · 강윤성 편집장  사진 · 정종원 기자

 

경기도 이천시의 명산, 도드람산(349m)으로 향한다. 일명 저명산(猪鳴山, 돼지울음산)으로도 불리는 산이다. 하지만 대부분 ‘저명산’이라 하면 낯설어 하다가도 도드람산이라 바꿔 말하면 “아하, 이천 제일의 명산”이라고 하며 다들 아는 체를 한다. 그렇듯 도드람산은 이천의 대표적인 명산으로 모두에게 ‘돋을 암(岩)’ 즉 ‘바위가 도드라졌다’는 산으로 잘 알려져 있다.

 

돼지 울음소리 전설 깃든 도드라진 암릉길

하지만 도드람산 이름의 유래는 돗(猪) 울음(鳴)이 세월이 지나면서 변형된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지금은 비록 멧돼지가 없지만 영동고속도로나 제2중부고속도로가 생겨 도드람산이 생태계의 섬이 되기 직전까지만 해도 멧돼지가 주변 산을 오가며 살았다고 한다. 산 이름에 얽힌 전설 또한 멧돼지와 연관이 있다. 옛날 이 산중에 살던 효자가 약초를 캐는데 절벽 위에 몸을 묶은 밧줄이 모서리와의 마찰로 다 끊어져 목숨이 위태롭게 된 것을 난데없이 멧돼지가 울어 효자의 목숨을 건져주었다고 한다. 멧돼지가 울어 효자의 목숨을 구해줬다는 산, 바로 돗울음산이다. ‘돼지리지’란 독특한 이름 또한 그런 연유에서 탄생했다.

“저기 도드람산이 보이는데요. 하나 둘 셋 넷….”

고속도로를 빠져나가자 이천시 허허벌판에 도드라지게 솟구친 도드람산이 모습을 드러낸다. 차창 너머로 그 모습을 본 이은정씨(경기클라이밍센터)가 산정에 솟구친 암봉의 개수를 센다. 나지막한 산정의 주능선에 4개의 암봉이 우뚝 솟아있다. 산은 낮지만 기암괴석의 연봉이 빚은 산세가 눈길을 잡아챈다. 산머루산다래 산악회의 도성록, 이정남, 김성훈, 권건행씨가 지난 2016년 7월 7일에 이곳 암릉에 돼지리지를 개척했다. 돼지리지는 처음 6피치로 개척됐지만 2017년 1월 29일 5피치와 도드람산 정상 효자봉 사이에 한 피치를 추가, 총 7피치가 됐다.

도드람산 돼지리지 기점이 되는 GS25 이천 도드람점 앞에 도착한다. 이번 리지등반에는 이은정씨와 더불어 박명숙씨(경기클라이밍센터)가 동행했다. 둘 다 5.13급 실력을 갖춘 여성 클라이머들이다. 이은정씨는 40대 초반, 박명숙씨는 환갑을 앞두고 있다. 편의점 앞에서 김밥과 커피로 아침 끼니를 때운 후 영보사를 향한다. SK텔레콤 인재개발원을 거쳐 영보사 뒤편 갈림길에서 윗길의 호젓한 산길을 80m쯤 걸어가니 제1치피 암벽이 모습을 드러낸다. 약간의 오버행을 이룬 벽은 불에 그을린 듯한 시커먼 벽이 2단을 이루고 있다. 벽 좌우에는 바윗길이 하나씩 개척돼 있다. 실력이나 취향에 맞는 안성맞춤 코스를 선택해서 오르면 된다. 두 여성 클라이머의 선택은 역시나 난이도가 높은 쪽이다.

“언니, 왼쪽 코스로 올라갈게요.”

 

돼지리지에 올라타니 조망이 일망무제 펼쳐져

장비를 착용한 이은정씨가 박명숙씨의 확보를 받으며 서둘러 등반에 나선다. 오후에는 폭우가 이미 예고된 터다. 지체할 여유가 없다. 좌측의 10b 루트를 선택한 이은정씨가 서너 번 오름짓을 하더니 바위를 훌쩍 넘어선다. 등반이 끝났나 싶었더니 상단의 벽에 잠시 모습을 드러냈다가 이내 사라진다. 박명숙씨 역시 날쌔게 올라 피치를 마친다. 맨 후등으로 뒤따라올라 서니 주변의 조망이 거침없이 트인다. 암릉을 따라 산등을 오르는 리지등반의 묘미가 아닐 수 없다.

“도드람산이란 이름답게 조망이 멋지네요. 짙푸른 숲과 논밭이 펼쳐지고, 바람도 시원하고요.”

“고속도로 차량 소음만 아니면 금상첨화네요.”

아닌 게 아니라 차량의 굉음이 귀청을 때린다. 눈앞에 영동고속도로와 제2중부고속도로가 가로지르고, 국도와 지방도로가 얼기설기 얽혀있다. 도드람산 주변은 논과 밭을 제외하고는 죄다 물류센터일 정도로 교통의 요지다. 그만치 차량으로 인한 소음이 심하다.

수직벽 너머의 암릉을 따르다 숲길을 100m쯤 걸어갔을까, 도드람산 1봉을 오르는 2피치 바위벽이 숲속에 모습을 드러낸다. 수직벽 정면은 페이스(10b), 좌측은 침니(10a)를 이루고 있다. 배낭을 멘 이은정씨가 크랙을 따라 올라 첫 볼트에 클립을 한 후 상단 벽 페이스를 앞두고 두 번째 카라비너를 건다. 이후 조심스레 왼쪽 발을 끌어올려 딛더니만 오른발을 올려 스테밍 자세로 균형을 유지한 후 마지막 카라비너를 걸더니 바위 너머로 사라진다. 등반을 완료한 후 숲 위로 솟구친 암릉에 올라서니 이번에도 시야가 훤히 트인다. 수려한 암릉 끝에 다다른 후 내려서니 도드람산 1봉이다.

이곳에서 숲길을 한참 걸어가니 3피치 18m의 수직벽이 위용을 자랑한다. 이은정씨가 10d 난이도의 좌측 오버행에 거침없이 붙는다. 첫 볼트에 클립한 후 힘겹게 두 번째 카라비너를 건 이은정씨가 벽을 넘어서기 위해 안간힘을 써보지만 실패한다. 두세 번 더 시도해보지만 작은 홀드를 붙들고 일어서기가 힘겨워 보인다. 팔뚝에 펌핑까지 온 모양인지 텐션을 요청한다. 안타까운 마음에 훈수를 둔다.

“배낭 벗고 등반하세요.”

 

돼지리지 최난코스 4피치 오버행 동굴바위

배낭을 벗은 이은정씨가 힘겨웠던, 불가능하게 보였던 오버행 벽을 훌쩍 뛰어넘듯이 가뿐하게 올라선다. 오름의 관건은 결국 무게였다. 고난도의 루트에서는 미세한 무게 차이가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기도 한다. 박명숙씨 또한 사뿐사뿐 가벼운 오름짓을 보이며 허공으로 사라진다. 기자가 맨 후등으로 벽에 붙어 작은 홀드를 잡고 몸을 끌어올리는데 갑자기 숨이 목에 턱 막히며 팔힘이 봇물 터지듯 빠져나간다. “텐션”을 외치며 팽팽한 로프에 의지해 바위턱을 넘어 쌍볼트에 다다른다. 3피치 암릉 끝, 2봉 정상의 조망이 멋들어진 쉼터에서 행동식으로 체력을 보충한다.

2봉에서 4피치를 향해 숲길을 걸어가니 곧 무너질 듯한 거대한 바위가 위태롭게 서 있다. 난이도가 10d에 이르는 가파른 오버행이다. 일명 동굴바위라 불린다. 이은정씨가 이번에는 처음부터 배낭을 벗어 놓고 등반에 나선다. 한눈에 봐도 만만치 않은 오버행이다. 이은정씨가 좌우 위아래로 루트 파인딩을 한 후 조심스레 바위에 붙는다. 첫 볼트부터 크럭스다. 박명숙씨와 기자가 두 팔을 뻗어 만약의 추락에 대비한다. 다행히 첫 볼트 클립에 성공한다. 설상가상 더 어려운 루트가 기다리고 있다. 이은정씨가 여러 번 힘겹게 다양한 시도를 한다. 결국 오른쪽 발을 머리 높이보다 더 높은 홀드에 후킹을 한 후에야 카라비너를 걸고 일어선다. 웬만한 클라이머는 바라만 봐도 압도당하는 벽이다. 오버행 등반에 많은 경험과 큰 완력을 필요로 하는 루트다. 뒤를 이어 박명숙씨가 배낭을 벗고 출발, 젖 먹던 힘까지 짜내 오버행 벽에 붙는다. 지레 겁먹은 기자는 미처 시도도 못해보고 두 개의 배낭을 둘러메고 우회하여 5피치로 향한다.

“난이도가 너무 짜게 매겨졌어요. 적어도 11b는 되겠는데요.”

5피치 역시 오버행 벽이다. 특히 우측 코스는 오버행을 지나 10d급의 페이스를 이룬다. 발 디딜 곳이 보이지 않는 트래버스 구간이다. 선등에 나선 박명숙씨가 오버행 상단의 첫 볼트에 카라비너를 걸어 자일을 통과시킨 후 크랙 양쪽을 스테밍으로 딛고 일어서서 균형을 유지한 채 두 번째 볼트에 가까스로 카라비너를 건다. 이후 추락에 대한 위험부담이 사라지자 실크랙을 따라 거침없이 오름짓을 한다. 후등으로 나선 이은정씨는 상단 크랙 중간지점까지 더 올라선 후 왼쪽 손을 최대한 벌려 좌측 페이스에 붙은 후 실크랙을 조심스레 딛고 올라선다. 4피치와 달리 밸런스만 유지하면 큰 어려움이 없는 코스다. 암릉 정상 너머에는 멋들어진 소나무 아래 3봉 표지석이 자리하고 있다.

 

효자봉 칼날리지에 올라서니 바람이 거침없이 불어와

4봉으로 향하는 중 빗방울이 한두 방울 떨어진다. 날씨가 고르지 않다. 6피치 마지막 효자봉을 향해 바위 하단으로 내려서는 도중, 이은정씨가 이정표를 발견하더니 깜짝 놀란다.

“여기 6피치와 7피치 갈림길이 나오네요. 돼지리지가 총 6피치 아니었던가요?”

예기치 못한 사태다. 그 순간 돼지리지 1피치 시작점에 비닐로 감싸 매달아 놓은 인쇄물을 본 기억이 번뜩 떠올랐다. 바위에 부착해 놓은 스테인리스 사각 판에 그려진 개념도는 6피치였지만 인쇄물의 난이도 표는 7피치였다. 6피치였던 돼지리지가 새끼를 치며 7피치로 재탄생한 것이다. 곧 몰아칠 폭우를 앞둔 선택의 기로에서 곧장 6피치로 내려선다. 집채만 한 고인돌 바위가 어서 오라는 듯이 떡하니 버티고 서있다. 박명숙씨가 서둘러 좌측의 10c급 루트에 붙는다. 사선으로 흐르는 큼직한 크랙을 따라 10m쯤 고도를 높여 첫 볼트에 클립한 후 상단의 페이스에 붙는다. 발 디딤을 찾느라 잠시 멈칫하던 박명숙씨가 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좌측 칸테 쪽으로 붙어 벽 너머로 사라진다. 어느 누가 환갑을 코앞에 둔 클라이머의 오름짓이라고는 생각할까.

7피치 앞에 선다. 도드람산 정상 효자봉을 오르는 난이도 5.9의 전형적인 암릉 코스다. 박명숙씨가 앞서 등반한 후 이은정씨와 함께 연등으로 올라선다. 암릉 날등에 서니 짜릿한 고도감이 느껴진다. 조망 역시 도드람산 정수리답게 광대하게 펼쳐진다. 암릉 최상단 나이프리지에 먼저 오른 이은정씨의 몸 확보를 받으며 암릉 정상에 서자 빗방울을 머금은 바람이 산을 덮친다.

기암괴석의 절묘한 경관, 탁 트인 조망, 거칠 것 없이 곧장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작은 산이지만 도드람산은 무엇 하나 빠질 것 없는 알찬 산이다. 단, 돼지울음 대신 귀청을 때리는 차량의 굉음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암릉을 넘어 도드람산 정상 효자봉 앞에 선다. “효녀봉은 없냐?”는 농을 주고받으며 즐겁고 시원한 등반을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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