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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포2_소양호 봉화산

 

소양강 구비 흐르는 한반도의 허리!

 

강원도 양구군은 ‘젊음’과 ‘청춘’을 지역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다. 본래 북과 남을 이어주는 주요한 통로였던 양구가 휴전선 이후 깊은 섬으로 고립되면서 지켜온 청정자연이 젊음을 불러온다는 말이 있기 때문이다. 이후 양구와 서울을 잇는 터널이 개통되면서 뒤늦게 양구를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자연의 요람 양구에서 국토정중앙, 봉화산(烽火山, 875m)을 오른다.

글 · 문예진 기자  사진 · 정종원 기자

 

“터널이 생기기 전만 해도 양구 출장은 최소 2박 3일짜리였어. 오고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만만치 않았지!”

서울에서 양구 봉화산까지는 차로 2시간쯤 걸린다. 서울양양고속도로를 내리 달리다 춘천 분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를 타면 이내 춘천 나들목에 다다른다. 46번 국도 추곡약수삼거리 이후로 양구 봉화산까지 우측으로 내리 소양호가 함께 한다.

춘천 나들목을 지나자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전날 예정된 취재일정을 비 소식에 미뤄 진행하던 참이었는데, 아뿔싸 오늘도 어김없다. 다시 일정을 미룰지, 그대로 우중 산행을 진행할지 토론이 이어지는 동안에 도로 좌우로 크게 쓰인 ‘10년이 젊어지는 양구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한반도의 허리, 양구에 도착했음을 알린다.

강원도 양구군 남면 일대에 자리한 봉화산은 한반도 정중앙에 자리한다. 등산로는 동쪽 국토정중앙천문대에서 서쪽 석현리 선착장까지 동서로 길게 뻗어 있으며, 천문대와 선착장 외에도 구암리와 심포리에서 산행을 시작할 수 있다. 4개의 들머리가 모두 양구 시내 방면인 북쪽에서 시작하며, 원점회귀를 위해서는 들머리와 말머리를 같게 해야 한다.

 

한반도 중심 느끼며 오르는 길

“양구사람은 봉화산 안 가요.”

이번 봉화산 취재를 함께하기 위해 본지의 양구 주재기자 김석우 감독이 석현리 양구선착장을 찾았다. 양구에서 지내며 구석구석 양구의 산을 부지런히 오른 김석우 감독도 봉화산 산행은 이번이 처음이라 한다.

“외지사람은 서울에 가면 꼭 남산을 찾는데, 정작 서울사람은 남산을 곁에 두고 가지 않는 거와 같은 맥락이죠~ 봉화산에 왔으니, 저 오늘부터 양구사람 아닙니다~(웃음)”

오전 10시 30분경, 국토정중앙천문대를 들머리로 산행을 시작한다. 천문대 건너편 주차장에서 우측으로 야영장을 끼고 국토정중앙점으로 향하는 표지판을 따르면 이내 돌다리와 함께 두 마리 해태를 만난다. 만개한 무궁화 군락과 해태동상을 지나면 나무계단길이 시작된다. 계단이 끝나는 지점부터는 푹신한 야자매트길이 이어진다. 그대로 10여 분 정도 오르면 한반도 정중앙, 국토정중앙점에 도착한다. 국토정중앙점에는 휘모리탑과 작은 샘물이 있다. 주변으로 나무그늘과 함께 넓은 나무데크가 설치돼있어 여유롭게 쉬었다 오르기 좋다.

‘배꼽마을’이라 불리는 양구는 지리적으로 국토정중앙에 위치한다. ‘국토정중앙점’의 개념은 양구군이 해외사례에서 도입한 개념으로, 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 양구시가 벤치마킹했다. 미국 레바논시 시골마을에서 마을 관광 활성화를 위해 지리적 장점을 살려 ‘국토정중앙 마을’을 스토리텔링으로 이용해 광고하면서 방문객이 늘어나 지역경제가 살아났는데, 이를 본 일본의 니시와키시도 같은 방법으로 마을 관광산업을 발전시켰다. 양구군에도 국토정중앙에 자리한 지리적 여건을 활용해 다양한 관광활동을 펼치며 지역경제를 위해 힘쓰고 있다.

회오리탑을 지나 국토정중앙봉을 향한다. 이곳부터 정상삼거리 능선까지 경사가 다소 심해진다. 천문대 들머리에서 정중앙봉까지는 약 1.5km로, 내리 나무 계단과 야자매트가 이어지는 평탄한 길이다. 길 양옆으로 높게 우거진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줘 뜨거운 태양과 내리는 비를 피하며 시원한 산행이 가능하다. 봉화산은 전반적으로 이렇듯 무난한 난이도로 남녀노소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는 쉬운 산행길이다.

“으악!”

정중앙봉 삼거리로 오르는 길, 취재진의 맨 뒤에서 따라오던 김영선 작가가 고통에 찬 소리를 지른다. 팔에 두 방, 다리에 두 방. 방어할 틈 없이 순식간에 벌에게 연달아 네 방의 공격을 속수무책으로 당한 김영선 작가가 스틱으로 벌을 쫓는다. 덥고 습한 한여름 날씨에 한껏 예민해진 벌들이 앞서가는 취재진의 발걸음에 놀라 말미의 김영선 작가에게 화풀이를 한 것이다. 김영선 작가는 20년 기자 생활 중 벌에 쏘여보긴 처음이라며 부어오른 상처를 보인다.

11시 20분. 정중앙봉 삼거리에서 다다른다. 좌측 표지판을 따라 다시 5분여 이동해 정중앙봉(590m)에 오른다. 정중앙봉은 정상석과 함께 나무 데크와 두 개의 나무벤치가 있다. 중앙봉에서는 북쪽으로 멀리 양구군 시내가 보이고 남쪽으로는 나무가 우거져 있다. 여기서 조금 더 고도를 높이면 북쪽 사면으로 군인들의 포사격장이 보인다.

봉화산 일대는 군사훈련이 시행되는 곳으로 본래 일반인 출입이 어려웠다. 2002년에 봉화산 내에 국토정중앙 지점이 생겨 봉화산이 관광화되면서 뒤늦게 등산로가 개설되었다. 다만 평일 중에는 군사훈련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안전상의 이유로 때때로 평일 입산 통제가 이루어진다. 등산로 곳곳에도 평일 입산을 지양하는 경고표지판이 세워져 있으니 주말로 일정을 잡는 게 좋다.

 

소양호와 양구전경 한눈에 보이는 정상

정중앙봉에서 짧은 휴식을 마치고 다시 정상으로 향한다. 중앙봉삼거리 이후로는 경사가 다시 완만해진다. 정중앙봉에서 서쪽 봉화산 정상까지는 약 3.5km로 오르내림을 반복하는 능선길이 이어진다. 삼거리에서 동쪽으로는 도라지고개와 양구터널을 지나 두무리로 떨어지는 하산길이 있다. 취재진은 서쪽 정상방향으로 향한다.

구암삼거리 직전, 송전탑 경고 안내판을 따르다 취재진이 잠시 길을 잃는다. 봉화산은 일정 거리마다 표지판이 잘 배치돼 있고 등산로가 눈에 잘 띄게 정돈돼 있어 따로 지도를 보지 않아도 길을 잃는 경우가 거의 없다. 다만 두서차례 송전탑으로 빠지는 길을 지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정중앙봉 삼거리를 떠난 지 1시간 30여 분 만에 구암삼거리에 다다른다.  

구암삼거리에서 북쪽 내리막을 따라 30여 분 정도 운행하면 구암리로 떨어진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다. 거리는 짧으나 정상까지 남은 거리는 경사가 심해진다. 암릉지대가 있어 길이 가팔라지지만, 구암리로 바로 하산하기보다는 봉화산 산행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정상에 다녀오는 게 좋다. 봉화산 대부분의 능선길에서는 나무가 빼곡하게 있어 주변 풍경을 보기 힘든데, 정상에서는 봉화산 주위로 펼쳐진 양구시내와 소양호의 조망이 확 트여 장관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오후 1시 30분, 구암삼거리를 지나 암릉지대에 도착한다. 봉화산 정상의 암릉지대는 여느 고산 부럽지 않은 빼어난 자태를 자랑한다. 바위에 올라 북쪽을 바라보면 양구군이, 남쪽으로는 소양호가 한눈에 담긴다. 봉화산 종주산행은 석현리 선착장이나 국토정중앙천문대 두 곳에서 모두 시작할 수 있으나, 정상의 빼어난 암릉구간과 웅장한 소양호를 조망하며 걷기에는 천문대를 들머리로 시작해 석현리 선착장을 말머리로 하는 게 좋다. 등산로가 서쪽으로 갈수록 소양호와 가까워지기 때문에 서쪽 선착장에서 동쪽 천문대로로 향하는 종주산행에서는 소양호의 풍경을 뒤로해야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또한, 동에서 서로 바라보는 암릉의 자태와 서에서 동으로 바라보는 암릉의 자태도 그 아름다움의 차이가 크다.  

봉화산 능선종주에 재미를 주는 요소는 소나무다. 등산로 주위로 깊게 뿌리 내린 소나무들은 빼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해 등산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봉화산이란 이름은 1604년 선조 37년에 산 정상에 봉수대가 설치된 데서 비롯했다고 알려진다. 이 지역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양남팔경에 ‘봉화낙월’이란 옛말이 있는데 산림이 울창하고 봉화대가 높이 솟아 있어서 서산에 지는 일몰이 한 폭의 그림과 같다는 뜻을 지닌다. 그림 같은 아름다움을 만드는 데에는 바위와 소나무가 큰 역할을 할 것이었다.

“한입에 쏟아 부어요. 그래야 제대로 맛이 느껴져요”

바위를 올라 정상의 봉수대에 도착한다. 봉수대 주위로 곳곳에 자리 잡은 고사목과 소나무 군락 사이로 새빨간 열매가 보인다. 김석우 감독이 건넨 한주먹 산딸기를 입에 털어 넣으니 새콤달콤한 맛에 미간에 기분 좋은 주름이 잡힌다. 내리고 그치길 반복하는 비에 암릉 주위로 물안개가 자욱하게 맺히고, 남쪽으로 멀리 소양호의 굵은 물줄기가 고고한 분위기를 뽐낸다.

북쪽 사면으로 시선을 돌리니 양구시내가 한눈에 들어오고 사면에 크게 자리한 포 사격장이 가까이 보인다. 멀리 안개 너머로 좌측부터 사명산, 백암산, 백석산, 가칠봉, 대우산, 도솔산, 대암산까지 봉화산의 주변 산세가 양구군을 감싸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피 같은 고도 느끼는 능선종주

오후 2시 20분, 아쉬운 풍경을 뒤로하고 서쪽 능선으로 하산길에 오른다. 헬기장을 지나 2시간 30여 분 내리 서쪽으로 이동하면 소양호에 닿는다. 왔던 길을 되돌아 동쪽으로 하산길에 오르면 구암리나 정중앙 천문대 방면으로 하산할 수 있다.

잠시 무난한 등산로가 이어지다 급격한 오르막이 시작된다. 이내 다시 내리막이 이어지다 경사가 거세진다. 오르내리길 수차례, 취재진의 숨이 조금씩 가빠지고, 조용히 앞서가던 김영선 작가가 한 마디를 내뱉는다.

“윽 피 같은 고도…! 내리막이 반갑지 않아!”

피 같은 고도를 느끼며 능선길을 내리 걷다 평평한 지대와 함께 심포삼거리에 다다른다. 정상 봉수대를 떠난 지 30여 분 만이다. 심포삼거리는 텐트 설치가 가능할 정도로 평평하고 넓다. 여기서 심포리 방면으로 내리막을 따라 2시간 정도 내려가면 심포리 마을회관으로 떨어진다. 심포삼거리를 지나 양구선착장 방면으로 운행을 이어간다. 심포삼거리 이후로도 오르내림이 반복돼 만만치 않은 하산길이다. 삼거리 이후 하산까지는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선착장이 가까워질수록 점차 왼쪽으로 소양강이 보인다. 한눈에 들어오는 시원한 조망은 아니지만 가까이 큰 호수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시원한 호반산행을 즐기기 충분하다. 등산로의 끝은 바로 호수로 떨어진다. 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건너편으로 양구선착장이 보인다. 등산로가 끝나는 지점부터는 나무데크길이 1km 정도 이어지는데, 10여 분 정도 걸으면 건너편 석현리 지방도에 닿는다. 오후 4시 30분, 소양호를 따라 유유자적 걷다 양구선착장에서 운행을 마무리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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