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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길을 걷다

 

INTERVIEW _ 김병일 도산서원 원장

 

善人多(선인다),

좋은 사람 많은 세상이 

좋은 세상이지요”

 

퇴계 선생의 마지막 귀향길을 따라 걸어보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첫해엔 전 구간을

빠지지 않고 걸었다. 올해는 바쁜 일정 때문에 시간 날 때마다 참여했다.

오랜 시간 경제관료로 일하면서도 퇴계 선생을 좋아해 서원을 찾았다. 퇴계 선생의 가장 큰 매력

혹은 가르침을 물었다. 김병일 원장은 퇴계 선생의 삶이라고 말했다.

 

글 · 서승범 객원기자  사진 · 정종원 기자

 

Q   경제관료를 오래 하셨습니다. 어떤 계기로 퇴계 선생에게 관심을 갖게 되셨는지요.

A  저는 어려서부터 이야기를 아주 좋아했어요. 자연스럽게 역사를 좋아했고 대학도 사학과를 갔어요. 대학 때 도산서원 답사를 오기도 했습니다. 그때가 1960년대인데, 이후에 저는 공무원이 되었고 그 사이 도산서원도 달라졌어요. 댐이 생기고 담장도 높아졌지요. 물론 서원뿐 아니라 선생에게 관심이 깊었어요. 2001년 퇴계 선생 탄생 500주년 행사도 왔어요. 관직에서 물러난 후에 선비문화수련원으로 오라는 청을 받았습니다. 1년 동안 마다하고 있다가 결국 오게 되었고, 오늘 여기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Q   퇴계 선생의 어떤 면이 원장님의 마음을 건드린 걸까요.

A  인간됨이죠. 선생께서는 첫째 부인과 사별하고 권씨 부인과 재혼을 했는데, 그 부인께서 정신이 좀 혼미하셨어요. 집안이 사화를 당하는 과정을 어린 나이에 목격한 탓이라고 보는데, 어쨌거나 예에 어긋나는 행동들을 돌출적으로 하셨어요. 선생은 집안의 막내로 태어나셨으니 권씨 부인은 막내 며느리잖아요. 집안 어른들 모여 제사상을 차리는데 과일이 떨어지니 권씨 부인이 주워 치마 속에 감추는 거라. 문중 어른들은 당황스럽고 퇴계 선생은 민망하지 않았겠어요? 퇴계 선생이 어른들에게 말씀을 올리죠. “제가 잘 이야기하겠습니다” 하고. 부인을 데리고 나와 왜 그랬는지 물으니 먹고 싶어서 그랬다는 거죠. 선생이 어떻게 했을까요? 하, 손수 과일을 깎아서 부인에게 줬다는 거예요. “다음부터는 먹고 싶으면 나에게 직접 말씀을 하세요” 하시면서. 그 이야기를 듣는데, 제가 얼마나 혼란스러웠는지 알아요? 어찌 안 반하겠어요.

 

Q   가르침이 아니라 삶이었군요. 그래서 아직도 퇴계의 길에 서 계시는군요. 그래도 지식으로 받아들이는 것과 원장의 자리를 받아들이는 건 다르잖아요.

A  선생은 16세기 사람이고 집안도 경상도 500년 전통의 양반가잖아요. 20세기와 21세기를 살고 있는 제가 제 가족에게 한 것, 2대 독자인 제가 제 누이들을 대한 것을 떠올리게 되죠. 선생은 제자들에게도 ‘너’라 하지 않고 존대하고 이야기를 경청했는데, 부처나 조직에서 다름 사람들을 어떻게 대했는지도 떠올랐어요. 어느 하나 부끄럽지 않은 게 없어요. 선생 이야기를 알게 될수록 자신이 부끄럽고 한심해요. 부끄러우면 둘 중 하나에요. 부끄러운 자신을 직면하기 싫어서 외면하거나, 계속 대하면서 고치려 애를 쓰거나.

다행스럽게도 저는 계속 퇴계 선생의 가르침을 들여다보는 쪽이었어요. 적어도 제가 느끼기에는 제가 제 아내나 아이들을 대하는 게 이전과는 조금 달라진 것 같아요. 그런데 저만 달라지면 되겠어요? 저보다는 젊고 더 다양하게 생각할 세대가 달라지면 좋지 않겠어요? 좋은 가르침을 좀 나누고 싶었어요.

 

Q   퇴계 선생의 삶을 보시고 안동에 오셨는데 벌써 열네 번째 봄을 맞으셨네요.

A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네요. 삶이 먼저예요, 사상은 그 다음이고. 개인적인 삶에서도 그랬지만 학문의 영역에서도 사상보다 태도가 더 아름다우셨어요.

조선 사회는 글로 사상을 표현하고 논쟁했기 때문에 글로 다른 사람을 비판하거나 비난하는 예가 많았어요. 하지만 퇴계 선생은 그렇지 않으셨어요. 당시에도 선생을 일컬어 ‘완인(完人)’이라고 했다고 해요. 선생은 당신을 한없이 낮추셨어요.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선생을 따르고 매달렸죠. 임금들도 그랬으니까.

 

Q   선생의 가르침 중에서 이 시대에 공유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A  많지요, 너무 많지요. 하지만 한 마디로 줄이면 선비정신이라고 할 수 있어요.

우리, 예전보다 잘 살아요. 훨씬 자유롭고요. 삶의 수준이 훨씬 좋아졌어요. 하지만 더 행복한가. 자살률이 세계 최고이고 사회의 반목과 갈등은 예전보다 더 심해졌어요. 맛있는 거 먹고 예쁜 옷 입으면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아니라면, 고치려고 노력을 해야 하지 않겠어요?

여러 차원에서 노력이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개인 차원에서는 남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알았으면 좋겠어요. 비슷한 맥락인데, 가치 판단의 척도가 돈이어서는 안 됩니다. 돈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걸 잘 알면서도, 심지어 살아가는 데 중요한 건 돈으로 헤아릴 수 없다는 걸 알지만, 가치의 척도가 돈이 되어버렸어요.

이 두 가지, ‘저만 알고, 돈만 알고’를 바꿀 수 있는 건 선비정신이에요. 선비정신의 핵심은 남을 존중하는 것이에요. 퇴계 선생식 인간관계의 핵심은 ‘남을 돕고 존중함으로써 내가 평온해진다’는 겁니다. 개인들의 관계에서 배려와 존중이 많아지면 결국 그런 사회가 되지 않겠어요. 좋은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은 세상이 되겠지요. 퇴계 선생께서 말씀하신 ‘선인다(善人多, 착한 사람이 많은 세상)’입니다.

 

Q   원장님께서 2019년 이 행사를 처음 기획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A  처음 이 행사를 기획할 때는 1회성이었어요. 귀향 450주년이었거든. 귀향 500주년에는 아무래도 내가 세상에 없을 것 같고. 그래서 마지막 귀향길을 따라 한 번 걸어보자, 시작했어요. 막상 걸어 보니 참으로 좋고 반응도 굉장히 좋았어요. 이 좋은 걸 한 번으로 끝내긴 아깝다는 말들이 많았지요. 준비하는 데만 6개월 넘게 걸렸으니까요. 그래서 매년 걷기로 했죠. 지난해는 코로나-19 때문에 걸을 수 없었지만 올해는 상황에 맞게 걷기로 했습니다.

 

Q   두 차례 걸으셨는데 어느 구간을 걸으실 때 가장 좋으셨습니까.

A  모든 구간이 나름의 의미가 있죠. 개인적으로는 서울 근교에서 한강을 따라 걷는 길이 좋았어요. 팔당과 양수리 부근이 걷기에 좋더군요.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하기도 좋고. 특히 남한강 상류에 여울 소리가 들리는 곳이 있었어요. 옛날엔 그런 곳이 많았는데 보를 만들고 댐을 세우면서 거의 사라졌어요. 그런데 남한강 상류에 여울이 있더라고요.

 

Q   거리도 거리지만 험한 구간도 있는데 힘들진 않으셨는지요.

A  힘이 안 들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우선 무리하지 않았고 두 번째로는 고희의 선생께서 걸으셨을 생각을 하고 걸으면 괜찮았습니다. 2019년 첫 행사 때는 전 구간을 다 걸었는데 이번에는 여러 일정 때문에 시간이 허락할 때만 구간별로 참여해서 좀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예전 젊었을 때 산에 다녀두었던 게 남아 있었는지 좋았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내년에도 오롯하게 선생의 마지막 귀향길을 걷고 싶네요.

 

Q   산도 좋아하셨나 봅니다. 선비들도 산을 좋아했다고 하는데, 일맥상통하는군요.

A  1960년대에는 등산이라는 게 요즘의 클라이밍이었어요. 인수봉은 물론이고 지금의 청와대 뒷산인 말바위에도 오르고 그랬어요. 그땐 산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다 클라이머였어요. 그래서 다 같은 동호인이고 서로 양보하고 인사하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아쉬운 건, 공부해서 공직을 시작하고 다시 가 본 산은 완전히 먹고 마시는 놀이터가 되어버렸어요. 그 후로 국립공원을 지정하고 건설부 국립공원과를 국립공원관리공단으로 독립시키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해서 지금까지 왔다고 생각합니다.

퇴계 선생도 산을 좋아했어요. ‘산을 오르는 자 기록을 남겨야 한다’고도 하셨어요. 그래서 조선시대에는 유산록(遊山錄)이 많죠. 으뜸은 당연히 금강산이고 그 다음은 지리산과 청량산이 비슷해요. 산의 규모를 생각해봐요, 지리산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작은 청량산이 선비들의 사랑을 얼마나 받았는지 알 수 있어요.

 

Q   먼 길 걸으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언젠가 이 길을 걷게 될 이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A  가르침을 공유하고는 싶은데 할 수 있는 게 강연이나 토론밖에 없잖아요. 내가 한두 시간 말하는 거 들어서 선생의 삶이 얼마나 와 닿겠어요. 시간적으로도 부족하지만 남이 하는 이야기가 얼마나 남겠어요. 이 길을 한번 걸어보면 스스로 생각하는 바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앞에 나서야 하고 하나라도 더 차지해야 하는 시대에 스스로 물러나는 길을 한 일주일 걸으면 스스로 느끼는 바가 좀 있지 않을까. 이 길은 퇴계 선생의 길이기도 하지만 이 시대에 이 길을 다시 걷는 여러분의 길이기도 해요. 이 길에서 아름다운 우리 자연을 만끽하고, 퇴계 선생의 삶도 생각해 보시고, 자신의 삶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Q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날씨 좋은 가을에 다시 한번 걷고 싶어집니다.

A  좋은 경험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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