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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트레킹 _ 산티아고 순례길<하>

 

함께 걷는 산티아고

 

 글 사진 · 김진한(한국체육대학교 명예교수)

 

 

서울에서 마드리드를 거쳐 스페인의 ALSA 버스를 타고 온 아내와 레온 버스터미널에서 뜨겁게 포옹했다. 순례길 도중에 합류한 아내 때문에 혼자만의 고독과 사색의 여정에서 동반자와의 행복한 여정으로 바뀌었다. 그 첫 번째 행사로 레온의 파라도르(산 마르코스 수도원을 5성급 호텔로 개조한 숙소)에서 숙박을 했다. 고색창연한 호텔에서 자고 하얀 서양인들만 가득한 가운데 화려한 조식을 즐기며 찬란한 태양 빛을 보던 그 날 아침을 아내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하여간 시작부터 호텔에서 숙박을 한 두 사람은 순례길이 끝나는 날까지 자고 싶은 곳에서 자고 먹고 싶은 것 먹으며 길이 주는 아름다움과 두 사람의 지나온 삶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하면서 산티아고 콤파스텔라까지 300km를 걸었다.

 

침묵의 길 대화의 길

아내와 함께 한 300km의 여정은 40여 년간 만남과 결혼으로 함께 해 온 시간을 회상하는 침묵과 대화의 시간이었다. 끝없이 펼쳐지는 아름다운 길의 풍경 위에서 소리 내어 말하지 않았지만 끊임없이 서로가 살아 온 아름다운 날들의 감정을 말하고 있었고, 교회의 십자가 앞에서는 침묵으로 같은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걸으며 길 위에서 했던 그 많은 말들은 삶의 찌꺼기를 확인하고 버리기 위한 순례자의 외침이었다. 걸으며 느끼고, 멈추며 기도하고 또 걸으며 나누는 대화의 여정은 매일 해가 뜨기 전 출발하여 밝은 태양이 빛나는 오후의 시간에 끝이 났다. 함께 한 300km는 일평생 가장 의미 있는 말을 많이 나눈 시간이며 서로의 생각과 침묵의 의미를 이해하는 시간이었다. 걸으며 보고 느끼고 침묵하며 말하는 것 외에는 할 일이 없는 순례의 여정이 살아있는 날의 행복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었다. 그것이 이 길이 주는 기적 같은 축복이었다.  

 

다시 가고 싶은 엘 아세보

라바날 델 가미노를 출발해 이라고 산을 오르며 안개에 싸인 폰세바돈을 지나고, 철 십자가를 지나 고된 하행길 중에 머문 고마운 숙소다. 평범할 수 있지만 누구와 언제 무엇을 했느냐에 따라 추억은 옹골찬 의미를 부여한다. 라 로사델 아구아(La Rosa del Agua)라는 작은 펜션. 똑순이 주인아줌마의 미적 감각이 온 집안 곳곳에 배어있는 2층 방에서 하루를 머물렀다. 펜션 앞의 레스토랑에서 페레그리노(Peregrino)를 위한 맛있는 저녁과 와인, 아기자기한 방에서 내려다보는 저녁노을과 아름다운 풍경이 스위스 몽트뢰를 생각나게 했다.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진 벅찬 행복감은 두 사람을 꿈결 같은 깊은 잠에 빠져들게 했다. 다시 산티아고에 간다면 그 레스토랑, 그 메뉴, 그 방에서 다시  숙면의 밤을 보내고 싶다. 이것 역시 함께한 순례의 여정이 주는 기적 같은 행복과 환희의 순간이었다.  

 

둘이 걸으면 둘이 보이는 법

아내와 레온에서 만난 이후로 길 위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서로 인사하며 때로는 같은 식탁에서 함께 저녁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혼자 걸었던 전반기 500km에서와 달리 우리 둘의 눈에는 혼자 온 사람보다 부부가 눈에 더 잘 띄었다. 한국 사람은 대부분 혼자이지만 외국인 특히 나이든 외국인의 경우에는 부부가 많았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우리와 비슷한 그들 부부의 모습을 보거나 그들과 대화를 나누며 순례의 여정에서 느낀 감정을 나누곤 했다. 특이하게 배낭을 꾸리고 손에는 보따리를 들고 다니던 아일랜드(Island)에서 온 노부부 피터(Peter)와 제인(Jane). 할머니는 발이 불편하여 약간  절면서 걸었지만 매번 만날 때마다 씩씩하게 우리를 앞서 걸어가기도 했다. 운해(雲海)가 뒤덮인 갈리시아 지방의 특이한 경치가 보이는 뜨리아가스떼야로 가는 길의 바에서 잠시 대화를 나누고 헤어졌지만 기억에 또렷이 남는 노부부. 암바스메스타스(Ambasmestas)에서 같은 까사(Casa)에 머물며 저녁을 함께 한 캐나다 부부는 ‘무엇을 위해 왜 이 길을 걷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평범했지만 마음에 남았다. 그들은 순례의 길에서 크게 깨달음을 얻으려 하기보다 이미 잘 알고 있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순례는 그들이 실천해야 할 삶의 과제 중 하나였던 것. 유쾌하게 웃으며 행복해 하던 그날 밤 부부의 모습이 지금도 남아있다. 혼자일 때는 혼자 온 사람과 대화를 많이 나누었는데 아내와 함께 한 이후로 주로 부부들과 대화를 나누게 되는 것이 신기하다. 폰페라다에서 만난 한국의 요안나 부부와 짧은 여정에서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던 것도 동류의식이 가져다 준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길을 벗어나서 즐기는 세상

산티아고 순례에서는 미리 모든 숙소를 예약할 수 없다. 이는 불편함이지만 때때로 순례길에서 맛보는 또 다른 묘미가 아닐 수 없었다. 알베르게(Albergue)에서는 도착 순서대로 침대를 배정받으면 되지만 부부가 한 방을 사용하려 할 경우는 펜션이나 까사, 호스텔(Hostal) 혹은 호텔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아르주아(Arzua)로 가는 길에 숙소가 예약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아르주아에서 가까운 카스타네다(Castaneda)라는 시골마을의 작은 까사에서 하룻밤을 머물렀다. 소똥 냄새나는 시골의 옛집을 리모델링한 멋진 집이었다. 너른 잔디밭, 집의 역사를 보여주는 오래된 가족사진과 앤틱 가구들, 실내 장식도 멋지고 아늑하고 정갈하고 기분 좋은 곳이었다. 그 날 저녁 한적한 농촌 마을을 구경하며 그들과 사진도 찍고 마을 가운데 있는 유일한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맛과 양의 푸짐함과 친절함에 또 한 번 감탄하고 말았다. 그들에게도 우리 같이 나이든 코리안 부부를 보는 것과 몇 마디 어설프게 대화를 나누는 것이 일상의 적적함을 달래주는 작은 기쁨이었으리라. 길을 벗어나 얻은 작은 행운은 여행이 주는 특별한 보너스 같은 기쁨이었다.              

   

둘이기에 더욱 강렬하게 와 닿은 산티아고

어두운 새벽길, 동 터오는 어슴프레한 느낌의 이른 아침, 작은 마을에서 마주했던 소박한 성당들, 차분했던 미사, 다양한 모습의 묘지, 이른 아침마다 허기진 마음을 채워주던 카페 콘 레체의 크로와상, 행운같이 반가웠던 계란 프라이와 베이컨, 갓 짜낸 오렌지 주스, 등 뒤의 태양을 받으며 앞으로 드리워진 긴 그림자, 등에서 느껴지던 따가운 햇볕, 소박한 가을 농촌풍경, 길에서 만난 자유로운 영혼을 소유한 사람들, 기분 좋았던 숙소, 깊고 깊은 숙면의 밤들, 디저트에 인심 좋은 와인으로 늘 풍성했던 ‘오늘의 메뉴’, 아름다운 저녁노을, 무릎을 괴롭히던 내리막길, 발가락을 아프게 했던 너덜길, 고색창연한 도시의 성당, 이들이 사랑하는 ‘산타마리아’, 온몸으로 와 닿는 가을바람, 빨갛게 물든 포도밭, 눈부신 새파란 하늘, 가을이 오는 소리를 들으며 광장에서 즐기던 저녁식사, 갈증을 달래주던 얼음 넣은 콜라와 갈리시안 맥주, 소똥 냄새 가득한 목가적인 마을의 좁은 골목길, 열심히 피해 다니던 길 위의 소똥, 소를 지키는 충실한 개들, 운해로 덮인 갈리시아 산간 마을, 발에 밟히던 밤과 도토리, 한국 여인들의 밤 사랑, 숙소에서 만난 똑순이 스페인 여인들, 천년의 세월을 그대로 간직한 옛 모습의 길과 성당 그리고 마을들, 항아리 엉덩이의 뚱보 시골 아줌마의 후덕한 인상과 인심. 38년간 함께 산 이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사람인 아내와 산티아고에서 이 모든 아름다운 풍경과 감동을 함께 느끼며 애기를 나누며 걷는다는 것은 이 길이 주는 값비싼 선물이었다. 콤파스텔라에 가까워질수록 알지 못하는 기대와 뿌듯함으로 가슴이 채워지기 시작했고 드디어 우리는 산티아고 데 콤파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에 섰다. 그리고 38년 만에 가장 사랑스러운 포옹으로 우리에게 준 선물의 마지막 포장을 열었다. 그것은 성 야고보가 준 기적 같은 감사와 은혜의 눈물이었다.

 

산티아고 데 콤파스텔라에서 맛의 감동에 빠져

목적지 콤파스텔라에 도착한 순례자들의 감정 표현은 다양했다. 가장 흔한 것은 눈물로 감동을 표현하는 것이고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사람, 춤추며 환호하는 사람, 노래하며 빙글빙글 도는 사람도 있었다. 난 성당이 보이는 광장에서 신발과 양말을 벗고 등을 벽에 기댄 채 한참 동안 돌아가서 살아가야 할 진정한 삶의 순례를 생각하면서 앉아있었다. 저녁에 대향로 분향미사를 볼 수 있는 행운을 가슴에 새기고 산마르틴 피나리오 수도원 호텔에서 잠을 청했다. 역사적인 수도원답게 고색창연함과 단조로우면서도 깔끔함이 주는 감동이 콤파스텔라에 온 기쁨을 더해주었다. 무엇보다 콤파스텔라에 머무는 동안 우리를 행복하게 했던 것은 세르반테스 광장에 있는 마놀로(Manolo) 레스토랑이었다. 따끈한 갈리시안 스프와 생선 요리 맛에 빠져 매일 점심 저녁을 즐겼다. 식당 종업원이 우리를 기억하며 반길 즈음 그들과 아쉬운 작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세상 끝에서의 외침

아내를 마드리드에서 배웅해 한국으로 보내고 난 다시 콤파스텔라로 돌아와 피니스테레(Finistere)까지 약 90km를 혼자 걸었다. 행복했던 두 사람의 여정을 마치고 고난의 순례를 자청한 것이었다. 다시 시작한 이 마지막 혼자만의 순례길에서 나의 남은 생의 삶의 여정을 생각하며 마음으로 다짐했다. ‘나이에 맞게 인생의 짐을 가볍게 꾸리자.’ ‘그리고 삶의 순례길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하며 살자.’ 그리고 5년 후 내 나이 70이 될 때 다시 이곳 산티아고의 길을 걸으며 5년 동안의 삶을 뒤돌아보기로 했다. 10월 20일 새벽에 이 세상의 끝이라는 피니스테르(Finistere)의 등대 앞에 섰을 때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세상의 끝에 서서 거친 바다 저편을 향해 목청껏 외쳤다. 이 모든 것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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