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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edition  부산학생산악연맹 중국 콩구르 등정기

부산의 대학생 셋 북면 변형루트로 한국 초등

글|소기선  사진|원정대  

부산학생산악연맹(원정대장 김규태)이 7월 27일 중국 신강성 쿤룬산맥의 콩구르(Kongur·7719m) 등정에 성공했다. 한국초등을 기록한 이번 등반은 2007년에 이어 재도전해 이룩한 쾌거다. 콩구르는 1981년 영국의 크리스 보닝턴이 이끈 등반대의 피터 보드맨이 낙석에 맞아 실신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초등한 봉우리로, 이후 20년 동안 세계 23개 등반대가 재등을 시도했지만 러시아와 일본만 성공할 정도로 험준한 산이다. 특히, 대학 재학생인 소기선(24세), 오세인(23세), 서상호(20세) 대원이 정상에 올라 의미가 남달랐던 이들의 등반기를 본지 단독으로 싣는다.    

"헉,헉. 헉.” 자다가 한 번씩 숨이 차서 잠을 설친다. 오전 5시, 주형철 대원이 따뜻하게 데운 과일캔과 콩수프를 내놓는다. 조식이다. 고도 7000미터의 캠프4, 배는 고프지만 식욕이 없어 겨우 과일캔 하나를 입속에 밀어 넣는다.

소기선, 오세인, 서상호 대원이 10미터 간격으로 안자일렌을 하고 출발한다. 원정등반 경험이 처음인 재학생 3명의 등정 시도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분하다. 물론 두려움도 없지 않다.

“세인아, 네가 먼저 러셀해라.”

공격조의 맏형인 소 대원의 말에 오 대원이 러셀을 맡는다. 그런데 오 대원의 컨디션이 좋지 않은 듯 힘겨워한다. 이어서 소 대원이 러셀을 한다.

오른쪽 바위능선이 시작되는 곳까지 빠르게 오른다. 가파른 설사면 구간이지만 크게 문제되지 않는지 세 명의 대원은 거침없이 올라간다. 바위능선 초입에서 베이스캠프에 무전을 보낸다. 잠시 후 김규태 대장이 지시를 내린다.

“바위 봉우리 10시 방향으로 루트 확인해서 진행하라.”

넓고 완만하게 펼쳐진 설사면 도중 크고 작은 크레바스들이 입을 벌리고 있다. 왼쪽으로 크게 돌아가기로 한다. 서상호 대원이 선두에 선다.

“상호야 괜찮겠어? 내가 먼저 갈까?”

소 대원이 나서려고 하자 서 대원은 “제가 갈게요. 크레바스에 빠지지만 않게 제동만 잘 걸어주세요”라고 짧게 말한다.

서 대원이 크레바스 사이를 거침없이 지나간다. 가파른 강빙 구간의 벽도 가볍게 넘어선다. 크레바스 구간을 빠져나와 잠시 쉬는 사이, 소 대원이 루트 확인을 위해 베이스캠프에 무전을 치는데 무전상태가 좋지 않아 방향을 자꾸 고쳐 잡는다. “어!? 으악~!”

소 대원이 자리를 옮기다 강빙 구간에 미끄러진다. 서둘러 피켈로 제동을 잡는데 다행히 제동을 걸려 멈춘다(7.23.).

플라토와 러시안 익스프레스 돌파

캠프3을 설치하기 위해 플라토 빙하에 올라서는 대원들…. 어제 김석수 등반대장이 고정로프를 설치한 곳이 20미터가량 무너져 내린 난코스 구간에 다가선다. 먼저 소기선, 서상호 대원이 고정로프를 이용해 플라토 빙하를 건너간다.

소 대원과 서대원이 반대편 빙하에 올라서자 티롤리안브릿지로 짐을 옮긴다. 일곱 차례 짐을 나른 뒤 오세인, 주형철 대원, 김석수 등반대장이 건너온다. 며칠 전 데포한 짐과 오늘 캠프2에서 가지고 올라온 식량을 합쳐 다섯 명이 나눠든다.

“앞으로 설사면 몇 구간만 넘으면 되니까 힘내서 가자.”

등반대장의 말에 주 대원이 선두에 나선다. 주변에 캠프3을 구축할 만한 장소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전진한다.

세락과 낙석의 피해가 없는 곳, 경사가 완만한 곳을 찾아 캠프3를 구축했다. 해발 6200미터 지점. 3일간의 식량과 마지막 난코스인 러시안 익스프레스를 작업하기 위한 고정로프와 장비를 정리하며 차츰 마음을 다잡는다(7. 24.).

정상 능선 때문에 아직 해가 들지 않은 시간, 텐트 밖으로 나온 대원들이 유난히 추운 날씨에 손과 발을 계속 움직인다.

루트작업에 필요한 고정로프 때문에 배낭 무게가 상당하다. 다섯명이 안자일렌으로 한 발 한 발 가파르게 서 있는 설벽으로 다가가고 등반대장이 크레바스 구간을 능숙하게 피해간다. 15리터 배낭을 메고 6400미터에서 러셀을 하려니 체력 부담이 크다.

등반대장이 가파른 설사면 앞에서 멈춰선다. 소 대원도 400미터짜리 고정로프를 내려놓고 확보준비를 한다. 등반대장이 리딩하는데 초반 횡으로 크게 갈라진 크레바스 언덕 윗부분의 설벽이 계속 무너져 내려 올라가는 게 어려워 보인다. 단단한 부분을 찾아낸 등반대장이 단번에 올라선다. 곧 강빙에 롱 스나그를 하나 설치한다.

확보물을 설치하자 소 대원이 뒤를 따른다. 다시 급경사가 이어지는데 등반대장이 눈사태의 위험 때문에 오른쪽으로 크게 돌아 바위에 하켄 두 개를 설치한다. 밑에 있던 대원들이 차례로 올라간다.

바위와 눈이 섞여있는 구간이다. 등반이 쉽지 않다. 조심스럽게 바위를 밟으며 올라선다. 날이 좋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다. 한참을 올라가던 등반대장의 모습이 바위에 가려 시야에서 사라진다. 이어서 하켄을 설치하는 소리가 계곡 사이에 울려 퍼진다.

소기선, 서상호 대원이 중간 확보지점에 이르자 등반대장으로부터 철수 명령이 떨어진다.

“오늘은 여기에 짐을 데포 시키고 내일 넘어서서 캠프4를 세우자.”

“날이 좋아서 하산하기 좀 아까운데요. 조금만 더 가면 되는 거 아닙니까?”

두 대원이 욕심을 내본다.

“지금 고도가 6800미터 조금 안되니까 아직도 200미터 이상 더 올라가야 된다. 곧 해가 지니까 하산하자. 날은 내일도 좋을 거다.”

대장의 말에 배낭을 매달아 두고 하산한다. 오 대원과 주 대원도 바로 밑 확보지점에 들고 온 짐을 데포시킨다.

“내일은 한 시간 더 일찍 출발해서 캠프4를 설치하자. 짐이 없으니까 빨리 올라갈 수 있을 거다”.(7. 25.)

배낭이 없는 대원들의 몸이 가볍다. 전날보다 한 시간 가량이나 단축시켜 러시안 익스프레스의 급경사 설사면에 도착한다.  

“기선아! 먼저 올라가서 고정로프 설치해라.”

등반대장의 말대로 소 대원이 바일 두 자루를 들고 조심스럽게 남은 구간을 오른다. 30미터쯤 가자 올라오라는 신호를 보낸다.

바위와 눈이 섞인 지역을 벗어나자 위로 길게 뻗은 설사면이 보인다. 크레바스가 있을지 몰라 등반대장이 선두에서 간다. 100미터 가량 오르던 대장이 안전하다고 판단되었는지 한 명씩 올라오라고 한다.

150미터 가량 설사면을 지나자 얼음구간이 나온다. 경사가 크지 않지만 강빙이라 미끄러지면 큰 사고가 날 수 있는 구간이다. 그런데 30미터 정도 등반하던 대장이 클라이밍다운으로 하강을 한다. 알고 보니 왼쪽으로 돌아가면 설사면이 나온다는 것. 확보물을 하나 설치하고 나머지 대원들도 뒤따라 넘어선다.

높게 펼쳐진 설사면이 눈에 들어오고 정상 능선이 가깝게 보인다. 7000미터에 캠프를 설치한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는 캠프4는 좁고 설사면이 딱딱해 위험한 곳이다. 저녁을 먹은 뒤 회의가 있었다.

“내일은 내(등반대장)가 안 올라간다. 정상은 소기선, 오세인, 서상호 세 명만 간다. 안자일렌으로 올라가는데 중간에 절대 푸는 일 없이 내려올 때까지 그대로 와라. 하산할 때 각별히 주의하고… 웃는 건 베이스에서 웃는 거다. 알았지?”(7. 26.).

 

“웃는 건 베이스에서 웃는 거다” 재학생들로 등정 시도

소 대원이 먼저 올라간다. 크레바스 지역을 통과하니 강빙의 가파른 설사면이 나온다. 오 대원이 위험하다며 다른 길을 찾아보자고 한다.

“강빙 구간이라 위험한데 올라갈 수 있겠어요?”

“올라가야지. 방법이 없잖아.”

의견이 갈린다.

“올라가는 건 어떻게든 올라가겠지만 내려올 때가 위험해요. 밑으로 내려가서 오른쪽으로 붙어서 갑시다.”

루트를 확인하고 각자 의견을 말한다.

“오른쪽으로 돌아가더라도 길이 안 좋은 것 같다. 시간도 많이 걸릴 거 같고. 상호야 바로 올라갈 수 있겠냐?”

소 대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서 대원이 강빙구간을 올라선다.

“내려올 때는 네 말대로 오른쪽 바위능선으로 붙어서 내려오자.”

다행히 강빙구간이 생각보다 짧았다. 이어지는 설사면은 피켈이 깊게 박혀 수월하게 올라간다. 세 명의 대원이 돌아가며 러셀, 한 시간쯤 올라서니 드디어 주능선과 넓은 평원이 나타난다. 완만한 곳에 피켈을 꽂고 쉬는데 오 대원이 계속 기침을 한다.

“아까 찬 물 먹어서 계속 기침하는 거 아니냐?”

“목은 며칠 전부터 아팠어요. 이상 있는 거 아니니까 괜찮아요.”

오 대원이 지쳐 보였지만 큰 문제가 없어 길을 계속 간다. 지루할 정도로 긴 설사면을 걷다가 소 대원이 베이스캠프에 진행방향을 확인한다. 무전을 듣고 오른편으로 수정해서 전진한다. 서서히 가스가 찬다. 바람도 강해지고 눈이 날린다.

7600미터를 넘어서자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다. 서 대원이 GPS를 켜서 방향을 잡는다. 한 번씩 강한 바람이 불면 바닥에 있던 눈까지 날린다. 설상가상 오 대원이 구토증세를 보인다. 컨디션이 안 좋더니 고소적응이 안된 거 같다.

“계속 갈 수 있겠어?”

“여기서 안 괜찮아도 어쩔 수 없잖아요. 계속 갑시다.”

오 대원이 웃으며 대답한다. 대원이 세 명이라 도중에 혼자 내려 보낼 수도 없고 두 대원이 남고 한 명만 정상에 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

“조금만 더 가면 되니까 힘내자.”

정상이 눈 앞이다. 100미터 남은 지점에서 포기하고 내려가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왼쪽으로 낭떠러지가 나타나고 오른쪽으로는 급경사의 설사면과 커다란 바위들이 이따금 눈에 들어온다.

얼마나 올랐을까? 완만한 설사면이 이어지고 가스가 차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주변을 보니 현재 서있는 곳보다 높은 곳이 없는 것 같다. 서상호 대원이 GPS로 확인한다.

“여기가 정상 봉우리로 표시되는데 GPS가 잘못된 건지 확인해 보세요.”

문제는 대원들 앞으로 아직도 평평한 설사면이 이어져 있는 것이다.

“대장님, 가스가 워낙 많이 차서 시야 확보가 안 됩니다만 평평한 능선상입니다. GPS상으로 정상이 맞는데 설사면이 계속 이어져 있습니다. 고도는 7680미터로 정상보다 조금 모자라게 나옵니다.”

좌표도 불러줬다. 잠시 뒤 전상은 부대장으로부터 무전이 왔다.

“불러준 좌표가 정상이 맞다. 앞쪽 봉우리와 뒤쪽 봉우리, 두 봉우리가 동일 정상이다. 대원들이 서 있는 곳은 앞쪽 봉우리 같다.”

16시 54분, 등정에 성공하는 순간이다. 11시간 동안 크레바스와 강빙구간, 악천후를 뚫고 재학생 세 명 모두 콩구르 정상에 섰다.

소기선, 오세인, 서상호 등정… 하산 중 200미터 추락

기념사진을 찍고 가스가 사그라지자 남쪽으로 완만한 봉우리 하나가 더 보인다. 부대장이 말한 뒤쪽 봉우리다. 마침 김규태 대장으로부터 무전이 온다.

“가스가 걷히는 것 같으니 좀 더 진행해서 뒤쪽 봉우리에서도 사진을 찍기 바란다.”

남쪽으로 간다. 강한 바람이 덮치며 눈보라가 몰아치는데 15분쯤 가니 정상이라고 생각되는 곳이 보인다. 서 대원이 앞이 보이지 않는 눈보라 속을 헤치고 올라서 GPS 버튼을 누른다. 그런데 오 대원이 주저앉더니 다시 기침과 구토를 한다. 곧바로 베이스캠프에 철수한다고 알린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지만 오를 때 생긴 발자국은 없어진 상태다. 올라온 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생소하다.

무전으로 들리는 대장님의 지시대로 방향을 잡아가는데 오르면서 문제가 되었던 강빙지역이 나온다. 강빙은 아이젠이 믿을 만큼 박히지 않아서 아주 위험하다. 왼쪽으로 돌아내려서 오른쪽으로 간다.

크레바스를 무사히 통과하니 베이스캠프에 처음 무전을 보냈던 바위능선 초입이 나타난다. 베이스캠프에서도 이제부턴 관측이 안 된다며 조심해서 하산하라는 연락이 왔다. 캠프4까지는 10분 거리. 곧 아래쪽에 캠프가 보이기 시작한다. 등반대장과 주 대원이 텐트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육안으로 누군지 구분이 되면서 손을 들어 인사하는 찰나, 소기선, 오세인 대원이 설사면에서 미끄러진다. 바로 제동이 되었지만 안자일렌으로 당겨져 서 대원이 뒤에서 튕기듯 미끄러지며 앞의 두 대원을 쳐서 모두 추락하고 만다. 사고다.

등반대장이 제동하라고 소리친다. 피켈로 제동을 걸어보지만 워낙 속도가 빨라 제동이 안 된다. 몸이 뒤집히며 안자일렌이 엉켜 몸을 휘감는다. 소 대원은 어깨가 탈골되고 피켈을 놓친다. 그 와중에 서 대원이 팔꿈치로 얼음을 누르며 제동을 시도한다. 200미터 정도 뒤엉켜 구르다 빙하가 끝나는 지점 앞에서 가까스로 제동이 걸려 멈춘다.

몸 상태를 체크해보니 오 대원은 별다른 외상이 없고, 습관성 어깨탈골이 있던 소 대원은 서둘러 어깨를 끼워 맞춘다. 엎드려 있는 서 대원이 걱정이다.

“상호야, 괜찮나? 의료색! 의료색!”

서 대원의 왼쪽 장갑이 벗겨지며 새끼손가락이 찢어져 피가 흐르다. 오 대원이 서둘러 텐트로 올라가고 소 대원의 장갑을 서 대원 손에 끼워주며 지혈을 해보지만 장갑 사이로 계속 피가 샌다. 의료색을 갖고 온 등반대장이 오버미튼을 씌어 준다.

“일어설 수 있겠나?”

서 대원은 발목까지 다친 상태지만 힘겹게 일어난다. 4캠프를 포기하고 3캠프로 내려가기로 한다. 서둘러 가는데도 해가 떨어지면서 추위와 어둠이 덮친다. 3캠프를 빨리 찾아야하는데 이럴 때 길을 잃고 만다. 등반대장이 GPS에 기록된 캠프 위치를 확인하며 소 대원에게 방향을 가리켜주고 주 대원이 부축하며 힘겹게 내려간다.  

몇 시간째 추위에 떨며 길을 찾는데 어느새 빙하의 끝부분까지 내려왔다. 도중에 GPS도 잃어버려 이제는 감으로 캠프를 찾아야 하는 상황. 대원들도 지칠 대로 지쳤다. 다시 몇 시간을 더 헤매다보니 서 대원이 매우 힘겨워한다. 시계를 보니 04:30.

“두 시간 뒤면 해가 뜰 텐데, 해가 뜨면 텐트 찾을래? 아니면 계속 찾아다닐래?”

“해 뜨면 찾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서 대원이 거의 탈진 상태라 쉬길 원한다. 두어 시간 쉬기로 결정한다. 손과 발로 설동까지는 아니지만 앉아서 쉴 만한 사이트를 만든다. 서 대원을 중간에 앉히고 양 옆에 소기선, 오세인 대원이 자리를 잡았다. 잠들면 안 된다는 등반대장의 말에 잠을 이기려고 애쓰지만 잠깐씩 잠이 든다. 얼마나 지났을까? 대원들이 손발을 꼼지락거리며 해 뜨기만을 기다린다.

마침내 해가 뜨자 등반대장이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몸을 움직인다. 밑으로 내려갔다 온 대장이 텐트를 찾았다고 한다. 텐트는 대원들이 쉬던 곳에서 불과 20분 거리.

텐트에 도착하자마자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잠이 든다. 다행이 서 대원의 손이 지혈됐고 동상에도 걸리지 않았다. 등반대장이 안도의 숨을 내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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